시 모음

시 모음

 

무지개를 잡으려던 소년

1999, 2.11

 

1998년 9월 11일

LA에서 DALLAS로 자동차를 몰고

내려 가는 길에

TUCSAN을 조금 지나

먼 하늘에

찬란한 쌍무지개가 펼쳐 있는 것을 보았다.

 

그런데 길 양 옆으로 무지개의

옆부분만 보이고

무지개의 가운데 부분이 안 보였다.

내 마음 속에 생각이 떠 오르기를,

저 멀리 구름 아래

빗 속으로 들어가면

무지개의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.

 

과연 그랬었다.

멀리 바라 보이는 그 무지개에서부터 시작하여

내 가까이로 수많은 무지개가 층층으로 형성되었다.

 

빗속을 달리는 나의 밴 우측에서부터

생성되는 작은 무지개들이 앞뒤로 열을 지어

차례로 점점 커지면서

층층으로 무수한 무지개들이 형성되어

저 멀리 보이는 그 큰 쌍무지개와 연결되었다.

 

내 어릴 때 비 오다 개인 후

하늘에 떠있는 무지개를 보고

무지개를 잡겠다고 언덕을 뛰어올라가면

어느 듯 그 무지개는 들판 저 끝에 가 있고

또 그 들판으로 뛰어 가면 그 무지개는

높은 산 기슭에 올라 가 있었다.

처음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 시작한

무지개 잡이였는데…..

결코 무지개는 잡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….

 

나는 지금 그 무지개를 잡았고

그 무지개를 만들고 있었다.

 

 

내가 영화 속에서

2001  9월  9일,  주일 저녁 6시 30분

 

소년이 꿈 속에서 한 백마를 보았다.

그는 꿈에 본 그 백마를 항상 사모했었다.

 

어느 날 습지의 초원에서 놀고 있을 때

저 멀리서 풀을 뜯고 있는 그 백마를 보았다.

 

문득 꿈 속에서 본 그 말이 아닐까

두근 거리는 가슴으로

살금 살금 거리를 좁혀 갔었다.

하얀 빛 갈의 갈기를 가진 그는

소년이 접근하는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

유유히 풀을 뜯고 있었다.

 

어느덧 소년은 백마 가까이 접근했었다.

그는 소년을 유혹하듯

모른 척하고 있었다.

소년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

그의 갈기에 손을 얹었다.

 

떨리는 손, 꿈꾸는 듯한 소년의 눈을

바라보는 그의 사랑스런 눈길,

신비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.

 

소년은 말 잔등에 타고

백마는 즐거워 껑충껑충 뛰면서

놀라 달아나는 들토끼를 좇으며

서로를 즐기고 있었다.

 

 

 

꿈에 파랑새

1976

 

한 소년이  꿈을 꾸었네.

산에서 너무나  예쁜 파랑새를 본  꿈이었다.

 

소년은 꿈에 본 그 산으로 올라가

꿈에서 본 그  곳으로 찾아 갔었다.

 

아!  이게 왠 일인가!

꿈에 본 그 새가

낮은 나무 가지에  앉아 있었네.

 

너무나 흥분되어 살금 살금

새가 모르게 접근하였네.

 

그 새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앉아 있었다.

소년은 그 새의 눈과 마주쳤었다.

그 새는 신비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.

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살그머니 붙잡았다.

소년의 손은 떨리고 가슴도 뛰었네.

 

소년은 그 새를 새장에 넣었다.

그런데 새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

부리로 초롱을 쪼며 마구 머리를 박았다.

 

어쩌면 좋아, 새가 죽어가고 있네.

어떤이가 말했 주었네, 그 새는 남쪽 나라 철새라고

 

아, 어쩌면 좋아, 지금은 추운 겨울인걸

초롱에 키울 수도 없고 놓아 줄 수도 없고

아직도 봄은 멀리 있는데……

 

 

 

해운대 해변에서

2002, 9월 6일(1974년 그 때를 생각하며)

 

붉은 노을 진 하늘 아래

해운대 해변 바위 위에

그대와 단둘이 서로 마주보고

끝없이 사랑을 속삭인다.

 

그대의 사랑의 눈동자 속에

파란 바다가 비추이고

파란 하늘도 비친다.

 

그 예쁜 눈동자 속에

비친 바다 속에

당신을 연모하는

내 모습도 보인다.

 

 

 

한 음악 선생님의 이야기

2001, 10월13일

 

졸업을 몇 개월 앞둔 나는

중 3년생이었다.

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3년 동안

처음으로 가진 첫 음악 선생인 데다

어여쁜 처녀 선생님이셨다.

무슨 노래를 배웠는지는 아무 기억이 없지만

그 여선생님이 들여준

영화 이야기의 줄거리 한 토막이

35여 년이 지난 오늘 까지도 생각이 난다.

확실한 지는 모르지만 그 영화제목이

‘들장미’가 아니었나 생각한다.

 

기억에 남는 한 토막 줄거리는

2차대전이 발발했던 유럽이 배경이었다.

유복한 가정에서 자란

음악에 소질이 있는

음악교육을 잘 받은

한 소년의 이야기였다.

 

전쟁이 터지자

온 가족이 피난길에 나섰다가

그 소년은 부모들과 헤어졌다.

재능도 있고 잘 다져진 음악실력으로 인해

고아였지만 갖은 고생 끝에

사람들에게 발탁되어

음악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

눈물을 흘리며 감명깊게 들었다.

일주일에 한 시간의 음악시간에

노래를 가르친 후 몇 분간씩

그 영화 이야기를 하곤 했기에 그 여선생님이

이야기를 다 끝내기 전에

나는 겨울 방학을 했고

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갔더니

그 선생님은 없었다.

그 영화 이야기의 끝이 어땠는지 모른다.

영화 제목이 무엇이었는지

줄거리가 무엇인지

그 영화를 한번  보고싶다.

 

 

 

 

 

인상 깊은 영화 이야기

2001년 10월 1일

 

 

어렸을 때 시골에서

한 편의 외국영화를 본다는 것은

가뭄에 콩나기이다.

 

내 나이 몇살 때인지도 모르고

무슨 영화제목이었는지도 모른다.

마음에 두 세장면의 영상이 아직도  남아 있을  뿐

전체 내용이 어떻는 지도 모른다.

영화 속의 두 인물의 이름은 도노반과 길버트였다.

 

내 마음에 새겨진 인상은

짙은 안개 낀

높은 산정에서

멀리 바라보이는

신비로운 짙푸른 숲속,

깊은 골짜기를 바라보며

한 소녀가 노래를 부르는

모습과 분위기가

너무나 신비로웠다.

 

그 영화의 제목이 무엇인지

한번 더 보고 싶다.

좋은 영화는 인생의 기록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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